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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한집에 살기로 했다고 칩시다.
그다음 결정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현관을 하나로 할 것인가 둘로 할 것인가. 부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욕실은.
추상적인 "함께 살기"가 아니라 문 하나, 싱크대 하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딪히는 것도 여기서 부딪힙니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와 부모 세대의 동거를 위한 주택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 설계의 핵심이 바로 현관·부엌·욕실의 공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문 하나의 문제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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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을 나누느냐가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
먼저 제도부터 짚겠습니다.
세대 구분형 주택은 주택 내부 공간의 일부를 구분해 한집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분리한 형태입니다. 2012년 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고, 이후 세대 구분형 평면을 적용한 아파트가 지어졌습니다.
한집이지만 세대를 분리해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여기서 1편에서 다룬 세대 공존형 단지와 구분됩니다.
| 형태 | 구조 | 거리 |
| 세대 공존형 단지 | 집은 따로, 단지는 같이 | 걸어서 몇 분 |
| 세대 구분형 주택 | 한집을 나눠 두 가구 | 문 하나 |
| 전통적 동거 | 완전히 함께 | 없음 |
세대 구분형은 그 중간입니다. 같은 주소인데 생활은 따로입니다.
여기가 실무입니다. 세 가지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고,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현관을 나누면
현관을 공유하면
경험담을 들어보면 갈등의 상당수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냥 보이니까 한마디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제 늦었더라", "요즘 자주 나가네" 같은 말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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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공유 여부가 생활 방식 전체를 결정합니다. |
가장 자주 부딪히는 공간입니다.
부엌을 나누면
부엌을 공유하면
부엌은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살림의 주도권이 걸린 곳입니다. 냉장고 정리 방식, 양념 위치, 설거지 타이밍.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반복됩니다.
부엌을 공유하기로 했다면, 누가 주도할지를 먼저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둘 다 주인이면 둘 다 손님 같아집니다.
나누는 쪽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시간이 겹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자녀 세대와 일찍 일어나는 부모 세대의 사용 시간이 부딪힙니다.
둘째, 안전 문제가 있습니다. 고령자에게 욕실은 낙상 위험이 가장 높은 공간입니다. 손잡이 위치, 문턱 유무, 미끄럼 방지 같은 것을 고령자 기준으로 맞추려면 별도 욕실이 편합니다.
| 조합 | 성격 |
|---|---|
| 현관·부엌·욕실 모두 분리 | 사실상 별개의 집. 가장 독립적 |
| 현관만 공유 | 오가며 마주치되 생활은 따로 |
| 부엌만 공유 | 밥은 같이, 나머지는 따로 |
| 모두 공유 | 전통적 동거 |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처음에 예상한 것보다 더 나누는 쪽이 낫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합치는 건 나중에 할 수 있어도, 나누는 건 공사가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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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 정한 규칙은 서로 다르게 기억됩니다. |
설계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규칙입니다.
여기까지가 정보이고, 아래는 제 생각입니다.
가장 어색하고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자녀가 공사비를 대고 명의는 부모로 두는 경우, 나중에 형제자매 사이에서 문제가 됩니다. 다른 형제는 그 사정을 모를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다면 간단한 문서로 남겨두시고, 증여세 문제가 걸릴 수 있으니 세무사 확인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말로 정하면 서로 다르게 기억합니다.
어색합니다. 그런데 1년 뒤에 훨씬 어색해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같이 사는 것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집을 합치면서 한쪽이 살던 집을 정리했다면, 다시 나가려 할 때 갈 곳이 없습니다.
한쪽 집을 바로 처분하지 말고 1~2년 지켜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세를 놓고 지켜보다가 정착이 확인되면 그때 정리하는 식으로요.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세대 구분형 주택은 대개 부모와 자녀가 상의해서 결정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일 부딪히는 것은 배우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 과정에서 빠져 있다가 결과만 통보받으면, 그 감정이 오래갑니다.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약을 길게 적었으니 장점도 정확히 적겠습니다.
돌봄과 육아가 동시에 해결됩니다.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겨도 바로 갈 수 있고, 아이를 잠깐 맡길 곳이 생깁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주거비가 줄어듭니다. 집 두 채를 유지하는 것보다 한 채를 나눠 쓰는 편이 관리비와 공과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서로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됩니다.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안전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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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히는 문이 있어야 여는 것도 편해집니다. |
세 가지만 남기겠습니다.
첫째, 현관·부엌·욕실을 어떻게 나눌지가 실제 생활을 좌우합니다. 추상적인 합의보다 이 세 가지를 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둘째, 처음 생각보다 더 나누는 쪽이 낫습니다. 합치는 건 나중에 할 수 있지만 나누는 건 공사가 필요합니다.
셋째, 규칙과 돈 문제를 미리 적어두세요. 어색하지만 나중에 훨씬 어색해지는 것보다 낫습니다.
닫히는 문이 있어야 여는 것도 편해집니다. 거리를 두는 것이 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는 방향을 바꿔보겠습니다. 가까이 사는 대신 아예 멀리 떠나는 선택, 전원생활을 시작한 분들이 왜 몇 년 안에 돌아오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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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주거 형태나 공사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세대 구분형 주택의 요건과 절차는 주택 유형, 지역,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해당 지자체 건축과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명의와 비용 분담에 따라 증여세 등 세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무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필자는 건축사·세무사가 아니며,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세대 구분형 주택 관련 요건은 국토교통부 및 거주지 지자체 건축과, 관련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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