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액, 물가가 오르면 왜 자동으로 늘어날까?
한국 가계는 일본 가계보다 부자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기준 구매력평가환율 가구당 순자산은 한국이 62만 달러(약 8억 4,800만 원), 일본이 52만 2,000달러(약 7억 1,400만 원)였습니다. 시장환율로 계산해도 한국이 앞섭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자본을 축적했고 먼저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가구당 순자산은 우리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은퇴 후 생활이 더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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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이상 가구 자산의 78%가 부동산입니다. |
먼저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입니다.
| 구분 | 부동산 | 금융자산 |
|---|---|---|
| 전체 가구 평균 | 약 70~75% | 약 25% |
| 60세 이상 가구주 | 78% | 19% |
출처: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60세 이상 가구는 자산의 78%가 부동산입니다. 금융자산은 19%에 그칩니다.
65세 이상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약 4억 7,000만 원인데, 그 대부분이 집에 고정돼 있습니다.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자산가'인데 당장의 점심값과 병원비, 세금을 걱정합니다.
장부상으로는 5억 자산가인데 통장에는 쓸 돈이 없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그걸 쪼개서 생활비로 쓸 수는 없습니다.
(용어 풀이) 유동성(Liquidity) 또는 환금성
가진 자산을 제값에 얼마나 쉽고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부동산은 팔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유동성이 낮고, 예금이나 상장 주식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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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 고령 가구의 자산 구성은 정확히 반대입니다. |
비교해 보면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발표한 소비자금융조사 기준입니다.
| 구분 | 금융자산 | 부동산 |
|---|---|---|
| 미국 65~74세 가구 | 약 56% | 32% |
| 한국 60세 이상 가구 | 19% | 78% |
정확히 뒤집혀 있습니다.
전 연령으로 넓혀도 마찬가지입니다.
| 국가 | 금융자산 비중 | 비금융자산 비중 |
|---|---|---|
| 미국 | 71.5% | 28.5% |
| 일본 | 63.0% | 37.0% |
| 영국 | 53.8% | 46.2% |
| 호주 | — | 61.2% |
| 한국 | 35.6% | 64.4% |
출처: 금융투자협회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
비교 대상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부동산에 치우쳐 있습니다.
일본보다 순자산이 많은데 더 쪼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진 게 적어서가 아니라, 가진 것이 꺼내 쓸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용어 풀이) 자산맥경화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에 빗댄 표현입니다. 전체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해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용어 풀이)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 가진 가난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대출 이자와 세금, 관리비 부담으로 실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까지가 자료이고, 아래는 제 해석입니다.
한국 가계가 부동산에 몰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넘어서는 수익을 냈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둘, 대안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금융시장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았고, 연금 제도도 늦게 자리 잡았습니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야 시작됐습니다.
셋, 집은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투자 대상이면서 생활의 기반입니다. 이 두 성격이 겹쳐 있어 정리 판단이 어렵습니다.
즉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라기보다 시대의 조건이었습니다. 다만 조건이 바뀌면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은퇴 후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60세에 은퇴해서 90세까지 산다면 30년입니다. 이 기간 동안 매달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은퇴하면 자산 평가 기준이 달라집니다.
같은 5억 자산이라도 매달 200만원이 나오는 5억과 한 푼도 안 나오는 5억은 완전히 다른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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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만큼만 움직여도 됩니다. |
여기서 흔한 조언은 "부동산을 팔고 금융자산으로 옮겨라"입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만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네 가지를 놓고 각각의 대가를 보겠습니다.
(용어 풀이) 다운사이징(Downsizing)
유지비가 많이 드는 큰 집을 처분하고 관리하기 편한 중소형으로 옮겨, 남은 차액을 현금으로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얻는 것: 목돈이 생기고 관리비와 보유세 부담이 줄어듭니다.
잃는 것: 익숙한 동네와 이웃, 그리고 이사에 드는 비용과 수고.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도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옮길 곳의 생활 인프라, 특히 병원까지의 거리를 먼저 보세요.
집을 팔지 않고 그 집에 살면서 매달 현금을 받는 방법입니다.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얻는 것: 이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월지급금은 비과세이고 재산세도 25% 감면됩니다. 연금 총액이 집값을 넘어도 상속인에게 청구되지 않습니다.
잃는 것: 월지급금이 가입 시점 가격으로 고정됩니다. 중도해지 시 3년간 재가입이 막힙니다. 상속 재산이 줄어듭니다.
확인할 것: 월 수령액은 부부 중 더 어린 사람 나이로 계산됩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닙니다.
여러 채를 갖고 계시다면 일부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유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번에 다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얻는 것: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부동산 노출도 유지합니다.
잃는 것: 정리 시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2027~2028년 한시 완화될 예정이므로, 계획이 있다면 시기를 확인해 보세요.
확보한 유동성을 예금, 채권, 배당 자산 등에 배분하는 방법입니다.
(용어 풀이) 인컴 파이프라인(Income Pipeline)
수도관을 연결해두면 물이 나오듯, 자본이 이자나 배당 형태로 매달 현금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다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상품이나 비중은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적정한 배분은 나이, 연금액, 건강 상태, 가족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균형을 잡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시니어 자산을 다루는 글들은 종종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늦는다"고 씁니다. 인구가 줄어 집이 안 팔리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 전망이 확정된 미래는 아닙니다.
2025년 서울 아파트값은 8.98% 올라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2026년 5월 매매수급지수는 108.3으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매수자가 사라졌다"는 서술은 현재 데이터와 맞지 않습니다.
물론 지역별 격차는 큽니다. 비수도권 지방 아파트 상승률은 0.05% 내외에 그치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 부동산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니 공포로 움직이기보다 내 조건으로 계산하시길 권합니다. 조급하게 정리하면 제값을 못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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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의 크기보다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 생활을 결정합니다. |
세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충분합니다.
첫째, 문제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형태입니다. 우리는 일본보다 순자산이 많습니다. 다만 60세 이상 가구의 78%가 부동산이고, 미국 같은 연령대는 정확히 반대입니다.
둘째, 은퇴 후에는 평가 기준이 바뀝니다.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매달 얼마가 들어오느냐입니다.
셋째,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다운사이징, 주택연금, 일부 정리, 금융자산 배분. 전부 옮기거나 전부 유지하거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건 내 자산의 구성 비율을 한 번 적어보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몇 퍼센트이고 금융자산이 몇 퍼센트인지. 숫자를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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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통계는 조사 기관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며, 국제 비교는 각국의 조사 방식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므로 참고용입니다. 적정한 자산 배분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므로 반드시 본인 기준으로 판단하시고, 큰 금액이 걸린 결정은 세무·금융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세무사·투자자문업 등록업자가 아니며,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가계 자산 통계는 가계금융복지조사(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국제 비교는 금융투자협회와 미 연방준비제도 소비자금융조사,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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